2017.04.02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이동.
잘츠부르크 1일 차.
주일에는 묵상 대신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오스트리아 비엔나 교회를 찾았다.
외국에서는 예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마침 근처 한인교회가 있다는 블로그를 참고해 방문해 보기로 했다.

외국에서는 처음 가보는 교회여서 많이 어색했지만 다행히 많은 분들이 여행 중에 온 우리를 환영해주셨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찬양으로 예배를 준비하는데, 앞에서 찬양 인도를 하는 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이곳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유학생분들 인 듯했다.
몇 안 되는 청년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리더의 목소리를 따라 바이올린을 켜고, 플루트를 불고, 피아노를 치며 예배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전심으로 하나님께 집중했다.
아니, 오히려 한국의 그 어떤 예배보다도 다양한 재능과 악기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중요한 건 "내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닌, "누구를 예배하는가"였다.
그런 재능 있는 자들을 한 곳에 모아 주님을 찬양하게 하심이 놀라웠다.
찬양을 따라 부르다 찬송가 476장을 부를 때쯤 "너 그곳에 있었니 ~"라는 부분에서 덜컥 눈물이 났다.
이 찬양은 후에 말씀과도 연결되는 부분이었다.
십자가 주위의 사람들.
우린 모두 십자가.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다.
제자들을 따라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뻐하기도 했고,
죄인으로 몰 때에 함께 손가락질을 했을 수도 있으며,
그 후에 떠나거나 혹은 주의 곁에 남아 제자들을 찾아가는 이였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나는 십자가. 그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또다시 무리가 될 것인가, 제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셨다.
예수님이 "너 그곳에 있었니?"라고 물으실 때, 나는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그곳에 있다가 무리가 되었다고 대답해야 할까. 아님 그렇게 주님을 따라 제자가 되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귀한 말씀을 마치신 후, 교회의 점심식사로 비빔밥을 대접받았다.
'육'도, '영'도 배불리 먹이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다.
다시 우버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잘츠부르크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2시간 30분여 걸린 열차 안에서 우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오스트리아의 풍성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자 다시 유럽에 온 느낌이었다.
비엔나는 조금 더 현대적이었기에 내가 생각하는 유럽 이미지와는 잘츠부르크가 더 맞았다.
아기자기 예쁜 건물들 사이로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며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유럽인들이 실제 사는 건물처럼 오래되었고, 우리 손엔 영화에서 보던 묵직한 열쇠가 쥐어졌다.


짐을 풀고 어디를 갈지 기도해야 했다.
이동시간이 꽤 있어서 조금 지쳤었지만, 이렇게 잘츠부르크의 첫날을 놓칠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깅깅이 와 내게 서로 다른 곳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나에게는 게트라이데 거리를, 깅깅이 에게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을 말씀하셨다.
그 두 곳은 도보로 2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호텔을 나선 시간은 오후 5시.
곧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라 조금 서둘러야 했다.
호텔에서 몇 정거장 안 되는 거리였기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게트라이데 거리는 아기자기 예쁜 곳이 많았다.
다만, 주일 저녁시간이라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문을 닫은 상점조차도 예쁜 게트라이데 거리.
내가 다시 한번 이 유럽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거리를 지나 구글 지도를 따라 열심히 걸었다.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끄물끄물한 날씨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곽으로 보이는 높은 벽을 따라 걷자 입구가 나왔다.
관광객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만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열심히 걷던 중 성당을 발견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인가 보다!
기쁨도 잠시, 미사가 끝난 주일 저녁이라 성당조차도 문을 닫았다.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이 굳게 닫힌 문에 갈 곳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이왕 온 거 조금 더 둘러보자!


성당 옆 아치문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몰려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할아버지 두 분께서 심각하게 체스를 두고 계셨다.
주위에는 구경꾼들이 몰려있었다.
우리도 그중 한 자리를 잡고 서서 구경을 시작했다.
저렇게 큰 체스판 위로 꽤나 무거운 체스들을 하나하나 옮기시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우신지 우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마 주위 많은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이유로 웃고 있는 듯했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유럽의 자유로움에 신나하고 있을 때쯤, 뒤로 높고 커다란 성채가 보였다.
음, 저긴 뭐지?
벽면은 오래되어 멀리서도 지저분해 보였고, 우중충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궁금함이 우리를 저 높은 성채 위로 향하게 했다.

가파른 언덕을 굽이 굽이 따라 걸어 올라갔다.
케이블카도 있었지만 운영이 끝난 듯했다.
웅장하지만 고요한 곳.
세상의 소리가 하나도 없는, 바람소리만 들리는 곳을 우리의 거친 숨소리로 채워가고 있었다.
언덕 끝에 다 다를 때쯤 우리의 오른쪽으로 돌 문이 하나 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따라 나가 보았다.
경치를 기대하고 올라간 건 아닌 터라 아무 생각 없이 내디딘 발걸음이었다.


어? 이게 뭐야? 너무 예쁘잖아.
마침 해가 지기 시작해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을 때쯤, 우연찮게도 우리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다.
예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것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의 색이 변하고 마을에 불빛이 하나둘 켜질 그 타이밍에 우리는 이곳에 서있다.
만약 게트라이데 거리 상점들이 문을 열었다면,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오픈되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올라와보지 못했을 이곳.
주님은 우리에게 게트라이데 거리와 잘츠부르크 대성당을 말씀하셨지만, 여기까지 인도하신 이도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아는 순간이다.
그 모든 길들을 거치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곳.
그리고 모든 상점이 닫고, 성당조차 문을 닫았을 때 기도 했으면 분명히 말씀하셨을 곳인데, 우리는 더 이상 하나님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놓쳐버린 집중에도 우리의 시선 속에 이곳을 발견하게 하셨던 하나님의 섭리다.
절묘한 타이밍에 우리를 그곳에 세우셨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는 단 한순간도 우연이란 없다.
모든 게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어, 우리가 그것을 깨달아가는 여정일 뿐이다.

경치를 즐기다 이내, 내가 지금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내 눈이 닿는 곳곳을 바라보며 기도를 시작했는데, 마땅히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에 대한 마음은, 처음 오스트리아를 밟은 순간부터 계속 이런 상태였다.
"왜 이럴까, 왜 오스트리아의 분위기가 온전히 느껴지지 않을까? 오스트리아를 전혀 모르겠어.."
혼란스러웠다.
내 욕심은 성령 충만함으로 땅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어떠한 마음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의 말씀이 없는 여행은 그저 수박 겉핥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눈에만 담아가는 여행이 과연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며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날은 어둡고 꽤나 쌀쌀해져 가는 밤.
우리는 고픈 배를 위해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야 했다.
모차르트 생가를 지나며 마침 호텔 카운터 언니가 동그라미 쳐준 맛집 "Goldgasse"를 발견했다.
우리는 맛집에 연연하는 여행 스타일은 아니어서,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예상치 못하게 정말 입맛에 맞는 요리들이었다.


이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하나님의 온전한 보살핌 속에 우리가 걷고 있다는 것을.
우연찮게 발이 닿는 모든 곳이 절경이고, 맛집인데도, 그저 우리는 "어쩜! 역시! 우린 실패가 없다!"라며 좋아했다.
며칠이 지나고 여행에 익숙해질 때 즈음, 나는 어렴풋이 기도하지 않은 작은 순간조차도 하나님의 크신 두 팔 안에서 보호함을 받으며 인도되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했다.
우리의 행선지, 재정 등의 큰 결정들 뿐만 아니라 우연찮게 들어간 맛집, 우연찮게 찾은 장소, 우연찮게 만난 사람들까지도 모두 그분의 계획 속에 있었다.
나의 작은 지혜로는 판단할 수도, 모든 것을 알아챌 수도 없었던 그 날.
그럼에도 나는 그날 밤 큰 눈을 그렸다.
그때에는 "계속 뭔가를 보게 하심"이라는 글을 적어놨는데, 지금 보니 그 눈 그림의 의미는 나의 눈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이다.
한순간도 내게 시선을 떼지 않으시는 하나님.
벗어난 줄 알았지만 난 단 한 번도 하나님의 시야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내가 하나님을 보지 못해 벗어나 버렸다고 착각하는 그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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